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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짜장면 때문에 유명해진 건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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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9-10-08 15:11 조회 9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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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고 싶어요. ‘늘’이 아니라 ‘때때로’ 말이죠. 섬에요. 수많은 섬 중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가 가장 큽니다. 많은 이들이 몰려듭니다. 몰려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눌러 앉습니다. 좋아서겠죠. ‘보물섬’이라서 그런가요? ‘보물섬’ 제주도엔, 제주도만 있는 건 아닙니다. ‘아주 작은 보물섬’들이 점을 찍고 있습니다. 그 섬에 저랑 가보실래요? – 필자 말

독도 때문이던가. 국토 끝에 가려니 왠지 비장함을 들고 가야할 것 같다. 실은 국토 끝이 중요한 게 아닐텐데 우린 그런 지리적 개념을 가져야만 일이 풀린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국토 남쪽 끝 마라도엔 늘 사람이 넘친다. 거센 바람과 물살에 제 몸을 허락하지 않는 마라도이건만 뭍사람들은 한번쯤은 ‘대한민국 최남단’을 확인하고, 거기서 한 컷을 남기려 이 섬에 몸을 내린다.

마라도는 예나 지금이나 제주도 본 섬에서 오가는 시간은 별 차이가 없다. 시간은 반시간이다. 다르다면 똑딱선에서 좀 더 크고 안전한 배로 대체됐다는 점이 아닐까. 덕분에 우린 예전보다 마라도에 쉽게 오가게 됐다.
예전엔 얼마나 힘겨운 여정을 거쳤던지 ‘갚아도(가파도) 좋고, 말아도(마라도) 좋다’는 말을 뱉곤 했다. 두 섬(가파도와 마라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빚을 갚아도 그만, 말아도 그만이지만 속 뜻은 그게 아니다. 두 섬은 거센 조류 때문에 만나기 힘들었기에 그런 말이 만들어졌다. 힘겹게 자연과 투쟁하면서 살아온 그들이었다.
마라도나 거기 사는 사람이나 모두 바람의 아들 딸이다. 바람은 힘겹게 살아온 그들의 표상에 다름 아니다. 거센 바람은 자기 세상인냥 불어댄다. 워낙 세차기에 바람은 동쪽에서 불어 마라도 등허리를 넘어 곧바로 서쪽 바다에 떨어진다. 겨울철엔 반대로 서쪽에서 부는 바람이 거칠 것 없이 반대편으로 넘어간다.​

나무라도 많다면 바람이라도 막으련만 마라도엔 그늘을 주고, 바람을 막아줄 나무를 만나기 힘들다. 나무가 없어진 계기는 이 곳에 사람이 들어와 살면서란다. 밭을 일구기 위해 불을 지르면서 울창한 나무는 사라지고 없다고 한다. 또한 이런 얘기도 전해온다. 마라도에 이주해 온 사람들이 달밤에 퉁소를 불자 수많은 뱀이 몰려들었고, 그 뱀을 제거하기 위해 숲에 불을 질렀는데 불타기 시작한 숲은 석 달 열흘간 타들어갔다고 한다.

바람만 가득하고, 나무도 없는 이곳을 거쳤던 이가 오래전 기행을 남겼다. 그는 마라도가 외롭고 외딴 곳으로 보였던지 ‘한국의 남극’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마치 유형(流刑)의 섬에 들어온 듯, 도움의 손길을 호소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마라도가 그토록 유형의 땅이고, 남쪽의 끝이어야 하나. 이젠 더 이상 유형의 땅이며, 남쪽 끝이라고 부르지 말자. 비록 ‘마라’라는 말에 남쪽 땅이라는 의미가 들었다지만 그렇게 보지 말자. 마라도는 마지막 땅이 아니라 ‘이어도’를 향한 시작의 땅이다. 꿈 속에서도 내 고향은 섬이었듯, 현실에서는 남쪽 바다에 둥실 떠 있는 이어도가 내 고향이었으면 한다.

오전 10시, 마라도로 가는 첫 배가 뜬다. 송악산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은 하루 4편, 모슬포항에서 바다로 떠나는 정기여객선도 하루 4편 가량이다. 바람 방향에 따라 마라도에 내리는 곳은 다 다르다. 마라도로 향하는 사람들도 저마다 다른 색이다. 여름철 마라도로 가는 길엔 거센 바람이 있다. 속이 울렁거리는 일도 있다. 그러나 되돌아올 때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바다는 딴청이다. 이렇듯 마라도는 쉽게 자신을 보여주지 않다가도 떠날 때는 어여가라며 사람들을 뭍으로 내보낸다.

마라도에 있는 무덤

이 섬을 가보지 않은 이들은 궁금해한다. 산이 있을까? 대체 얼마나 클까? 혹시 드넓은 터라도 있나? 비슷한 게 있다. 마라도에 내리면 드넓은 초원이 눈에 들어온다. 마라도에 내리면 섬이란 생각보다는 어느 오름의 기슭에 발을 내린 듯하다.

마라도의 선착장은 4곳이다. 바람과 조류에 따라 배를 대는 곳이 달라진다. 서풍이 불면 마라도 동쪽에 있는 살레덕에 배를 대고, 동풍이 불 때는 자리덕에 사람들을 내려놓는다. 여름철은 주로 자리덕을 이용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때때로 달라지는 바람 방향에 따라 자리덕이 되기도, 살레덕이 선착장이 되기도 한다.
살레덕에 내렸다면 시계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좋다. 바다향기 가득한 살레덕을 벗어나면 마라도는 섬 이미지를 던져버린다. 해안선을 끼고 돌아도 2,500m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푸른 잔디가 어우러진 모습은 오름이나 매한가지다.

그러나 오름의 이미지는 잠시 뿐이다. 이내 옹기종기 붙어있는 낮은 집들이 나온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이 있다. 자칫 하다가는 볼 것을 보지 못하고 지나치기 쉽다. 왜냐하면 마라도엔 마라도를 안내해 줄 사람이 없는데다, 포장된 길을 따라가면 마라도의 제 모습을 보지 못하고 스쳐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할망당
길을 따라가다간 가장 처음 만나야 하는 할망당을 지나치고 만다. 할망당은 ‘아기업게’의 전설이 얽힌 곳으로, 바다와 맞서 싸울 수밖에 없던 제주인들의 신앙의식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뭐니뭐니 해도 마라도의 최고 풍경은 바다의 힘이다. 그건 바닷가에서만 볼 수 있다. 길에서는 보지 못한다. 마라분교를 좀 지나 팔각정 근처에 해식동굴을 감상하기에 그만인 곳이 있다. 이 곳 사람들이 ‘남대문’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여기선 거친 바다의 숨소리가 들린다.​

마라도에는 70명 가량의 주민이 살고 있다. 그러나 마라도에서 태어나서 그 땅을 지키는 이들은 채 10명도 되지 않는다. 그래도 그 땅을 지키는 게 어딘가. 마라도를 찾는 사람들 덕분에 그들의 삶이 영속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마라도는 끝이다. 그 끝을 찾아 낚시를 하는 이들이 있다. 제주도의 가장 북쪽인 추자도가 낚시천국이듯, 마라도도 역시 낚시천국이다. 특히 마라도에서만 잡히는 바닷고기가 있다고 한다. 긴꼬리벵에돔으로 맛이 일품이다. 주요 낚시 포인트로는 장군바위 바로 밑의 장시덕, 선창작인 살레덕과 자리덕, 팔각정 밑에 위치한 남대문, 북쪽으로는 작지끝 등이다.

제주도 어딜가나 마주할 수 있는 해녀도 여기서 삶을 꾸린다. 물질하는 해녀들이 건져 올린 미역은 최고로 알아주는 상품이다.
또 생각하는 게 있을텐데. 마라도라고 하면 떠오르는 광고가 있다. 짜장면이다. 개그맨이 선전해 화제가 된 그 짜장면엔 마라도에서 난 해산물을 듬뿍 집어넣어서인지, 외로운 섬에서 먹어서인지 기막힌 맛이다. 그런데 정작 그 개그맨은 마라도에 오지도 않고 광고를 찍었다는데, 그게 사실인가.

여름철, ‘마라도에 꼭 와야 하는가’라는 푸념을 해본다. 마라도에 있는 소나무는 왜 불을 내버렸는지 야속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로 인해 여름철 마라도는 더위를 막을 방책이 없다. 따라서 양산이나 챙이 있는 모자, 썬크림 등을 바르는 건 필수다.
 
국토최남단비

마을이 형성된 곳을 빠져나와 남쪽으로 가면 국토 최남단을 보여주는 비가 있다. 그에 앞서 장군바위를 만나게 된다. 장군바위는 사방에서 둘러보면 동물 형상을 닮았다. 장군바위 동쪽으로 평평한 곳에 커다란 바위 하나가 뒹구는데, 힘이 있는 사람이면 한 번 흔들어보라. 흔들바위만큼은 아니지만 사람의 힘에 움찔거린다.


드넓은 초원을 닮은 곳. 언덕이 있는가 싶다. 마라도에서 가장 높은 언덕이라고 해봐야 높이는39m에 불과하다. 거기에 역사를 자랑하는 등대가 있다. 마라도 등대는 1915년에 무인등대로 세워졌지만 1955년 유인등대로 바뀌었다. 등대 앞에는 6대주 5대양의 주요 등대 10개 모형을 전시해두고 있다.


마라도는 1시간이면 둘러볼 건 다 볼 수 있다. 좀 더 둘러보고 싶거나, 마라도의 제 맛을 더 느끼고 싶다면 넉넉하게 2시간만 잡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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